서 있는 것만으로도 '그림자' 그 자체가 된다.
어느날 산책을 하다가 고개를 돌려 나무 한 그루를 보았습니다.
그런데 그날은 하늘에 약간 무거운 구름이 이불처럼 넓게 깔려서 구름 너머를 볼 수가 없었죠.
그러다보니 왠지 사람들 얼굴도 거뭇하게 보이고 세상 모든 것들이 어둡게만 보였습니다.
그게 내 마음 때문인지 날씨 때문인지, 아니면 그 둘 모두인지-
아무튼 처음 이야기한 대로 제가 쳐다본 그 나무는 짙은 어둠을 안고 마치 모든 빛을 흡수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다시 말해 '짙은 그림자'색으로 칠해져 있었죠.
그 나무를 보는 내내 저의 시야도 조금씩 좁아져 시선을 빼앗기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고개를 돌려 다시 길을 걷고 있더군요.
그때 보았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