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3년도 더 지난 겨울 밤이었습니다.
이때는 가지고 있던 미니쿠퍼를 팔아버려서 다시 뚜벅이가 된 상태였죠.
부모님 댁으로 가기 위해 자전거를 타고 가던 중이었습니다.
여러분도 아시겠지만 한강 자전거 길은 잘 정돈되어 있죠.
해가 떠 있는 한낮도 좋지만- 이렇게 밤에 한강변을 달리는 것도 또 다른 감상을 느끼게 해줍니다.
깜깜한 밤에, 한강 건너 편의 불빛들이 은근히 제 시선을 탐하네요.
그러다 문득 길가에 자전거를 세우고 그곳을 바라봅니다.
새삼 찬 바람이 얼굴을 스치며 달아오른 체온을 차갑게 식혀줍니다.
밤이 내려앉은 강 위에 반짝이는 불빛들을 눈에 담고 다시 자전거의 핸들바를 잡습니다.
한 겨울 밤의 한강에는 추워서 그런지 사람들이 별로 없었어요.
고요하고 조금은 쌀쌀한 길을 조용히 달려서 가족들에게 향합니다.
부모님 댁에는 저를 반겨줄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