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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tos/Leica Q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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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하루 항상 생각한다. 내가 지금 있는 곳이 어디인지- 그리고 무엇을 하고 있는지. ​ 하루 하루 살다보면 시간이 정말 빠르게 지나가는 것만 같아서 금방 한달 두달 흘러가 있다. 그럴 때는 마음을 다스리며 생각 정리가 필요하다. 걷고 또 걷다 보면 결국은 한강변 산책로에 나와서 멍- 하니 강을 바라보고 있는 '나'를 발견하곤 한다. ​ 흘러가는 물결에 생각을 덜어내고 마음을 비워본다. 그러면 또 그만큼 비어버린 것 때문인지 허전한 마음이 드는데- ​ 다시 정신을 차려보고자 스스로에게 되내인다. '일어나, 일어나, 일어나'
겨울 밤 거리 하얀 눈이 내렸던 지난 겨울 밤- 차들이 지나다니며 눈 위에 길을 그렸다. 길거리 가로등이 도로를 밝히며 겨울밤의 정취를 자아내고 있었다. ​ 갈수록 밤은 깊어져 가고 돌아다니는 사람들과 차들도 점점 줄어들어 갔다. 인기척이 줄어들며 고요해진 이 시간이 마음을 포근하게 감싸안습니다. ​ 조용한 밤에 고요한 거리는 무척 잘 어울리거든요. ​ 차가운 바닥이 맨발을 타고 올라오는 느낌도 참 좋았습니다.
그날 밤 밤으로 물드는 그 시간에 창 밖을 내다보았다. 한겨울에 접어들어서 그런지 하얗게 내린 눈이 온세상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 길가를 따라 조명이 빛을 비추며 도로를 밝히고 있었고, 조금 안쪽으로 들어가면 깜깜한 골목과 주택들이 줄지어 서 있다. ​ 희미한 불빛이 골목 사이 사이로 비집고 들어와 조용히 머무르는 것만 같다. 잠깐의 밤이 길게 늘어져 겨울 밤이 되었다. 아침이 오기 전까지는 이 밤을 좀 더 음미해본다.
겨울 밤 유난히도 길게만 느껴진 겨울 밤이었습니다. 왠지 적막만이 내려앉아 깊어가는 밤을 더욱 가라앉히는 시간에- 다른 이들은 무엇을 하는지 궁금해졌습니다. ​ 그런데 창밖을 내다봐도 거리에는 사람이 없고 편의점의 불빛만이 눈내린 거리를 밝히더군요. 흩날리는 눈들에 온세상이 하얗게 변해버렸습니다. ​ 뿌옇게 가려진 하늘은 시야가 닿을 수 없도록 장막을 칩니다. 저 뒤에도 저마다의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포근한 겨울밤을 보내고 있을 것 같습니다. ​ 한여름에는 겨울 생각이 나고 한겨울에는 또 여름과 다른 계절들이 떠오르는 모순된 시간들입니다.
맑은 날 서울 한강 맑게 갠 어느날 얕은 산을 올랐던 것 같아요. 서울에 안에 있는 아주 작은 산이었죠. 팔각정까지 가는 길에 소소한 즐거움들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 하지만 조금씩 조금씩 발걸음을 옮기다보니 은근히 시간이 걸리더라고요. 목적지에 도착해 앞을 바라보니 한강과 함께 그 주변으로 아파트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었습니다. ​ 그 모습에 약간 압도되는 듯한 느낌을 받았지만... 이게 서울이구나 싶었습니다. ​ 우리나라 많은 사람들이 밀집되어 하루 하루를 살아가는 이곳을 굽어봅니다.
겨울 길 '사박, 사박...' 길을 걷는 저들을 가만히 바라봅니다. 이들은 저의 가족입니다.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동생이 앞서 길을 걷고 있습니다. ​ 가족이란 언제든 마음 편히 기댈 수 있는 곳이죠. 함께하며 즐거운 일들을 서로 축하하고, 슬픈 일들은 함께 나눠서 위로해주는 소중한 존재입니다. ​ 그리고 가끔은 이렇게 몇 걸음 뒤에서 바라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따뜻해지고 안심하게 됩니다. ​ 다시 이들에게 다가가는 발걸음이 참 가볍군요.
겨울 하늘 가시나무 겨울에는 나뭇잎들이 낙옆으로 떨어져 내려 앙상한 나뭇가지만 남아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런 나무들을 볼 때면 '가시나무'라고 표현하곤 하죠. ​ "가시"라는 단어에서 느껴지는 뾰족함과 쓸쓸함이 겨울의 건조함을 더합니다. 지난 여름동안 무성했던 나뭇잎들의 초록빛 기억을 잠시 회상했습니다. 언제 그렇게 무더웠던 계절이 지나가고- ​ 또 이렇게 추운 겨울이 찾아왔던지... ​ 빠르게 지나갔던 시간들 사이 사이에 나의 흔적들을 되짚어보는 시간을 가져봅니다.
응봉산 야경 응봉산에 올라가 본적이 있나요. 응봉산은 산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민망한 곳입니다. 대략 20분 정도면 올라갈 수 있는- 아주 얕은 산이기 때문이죠. ​ 특히나 밤에 올라가면 참 아름다운 서울의 한강 야경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비록 높지는 않지만 응봉산 전망대에서 볼 수 있는 약간은 낮은 시선은 또 새롭죠. ​ 응봉산에서 한강을 바라보면 세줄기의 강을 볼 수 있어요. 중랑천에서 내려오는 물줄기와 한강이 만나는 지점이거든요. ​ 한강 야경뿐 아니라 굽이치는 도로와 가로등도 야간의 정취를 더하네요.
그 겨울 옥탑방 옥탑방은 드라마 또는 영화, 소설 등에서 많이 등장하는 배경입니다. 막연하게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죠. 그렇게 높지는 않지만 다세대 주택 옥상에 위치하고 있어 주인공들이 꿈꾸고 있는 공간으로 묘사죄곤 합니다. ​ 어느 겨울 날 발견한 옥탑방은 조용한 가운데 전등의 불빛만 따뜻하게 공기를 녹이고 있었습니다. 이곳은 누군가의 보금자리일테죠. ​ 잠시 자리를 비운 것인가 궁금하게 만들었습니다. ​ 그리고 이 옥탑방에 사는 '주인공'은 어떤 이야기를 만들고 있을지도 문득 궁금해지더군요. 우리는 모두 각기 다른 특별한 이야기를 쓰고 있습니다.
발걸음 우리는 하루동안 얼마나 걸을까요. 5,000보? 10,000보? 사람마다 차이는 있지만 저마다의 삶 속에서 계속 걷고 있을 겁니다. ​ 겨울에는 이 발걸음이 눈 위에 자국으로 남아- 한동안 내가 지나온 길을 보여줍니다. 흔적이 조금은 남아있죠. ​ 그래서 가끔은 지나온 길을 돌아보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