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tos/Leica Q2 (131) 썸네일형 리스트형 늦여름 새벽 정말 더웠던 여름도 어느새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작별을 고합니다. 아침 해가 뜨는 시간은 조금씩 조금씩 늦어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평소에 일어나는 시간임에도 거실은 아직 어둡더라고요. 그리고 잠시 후 해가 뜨려는 분위기가 찾아왔습니다. 살짝 밝아진 전경에 밖을 내다봤습니다. 까맣게 내려앉은 땅위로 붉게 올라오는 햇빛이 감미로웠습니다. 이젠 덥지 않은 아침에 계절이 바뀌고 있다는 것을 실감합니다. 다시 안녕. 지나가는 여름아- 그리고 다가오는 가을아. 거제도 흐린 아침 거제도에서의 마지막 날 아침이 찾아왔습니다. 그런데 매우 습한 날씨가 기다리고 있었죠. 하늘 가득히 두터운 구름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온통 하얗게 내려앉은 수분 사이로- 저 멀리 거가대교가 흐릿하게 보였습니다. '여름 이라 그런가-' 왜 그렇게 이날은 제 마음 속을 흐트러 놓았는지- 아니면 내 마음이 밖으로 표출되어 나와 형상화되었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벌써 지금은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지금도 이날을 생각하면 마음 한 구석이 꿈틀대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잔잔한 마음을 가지고 싶으나 그럴 수 없는 현실입니다. 대나무 길 한여름에 대나무 사이를 걸었어요. 너무도 촘촘히 자란 대나무들로 어둡기까지한 작은 길(소로)은 약간 서늘한 느낌까지 주었습니다. 저 멀리 지나간 가족들을 뒤따라 가다가 혼자 남게 되었을 때. 조용한 가라앉은 침묵이 제 주변을 침습해 왔습니다. 정말 부스럭- 거리는 소리 하나 없는 이 곳에 나 혼자 남는다면- 그리고 밤 중에 혼자 남게 된다면 무척 외로울 것 같더군요. 햇볕이 조금 드는 곳으로 나왔을 때는 저도 모르게 식은땀이 등을 타고 내려와 있었습니다. 다시 떠올려도 섬뜩한 곳. 해질녁 바다 한여름에는 해가 늦게 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후 5시가 넘어갈 때 이곳은 저녁에 접어들며 노을이 시작될 것이라는 걸 예고합니다. 거제도 인근에 찾은 고요한 마을을 뒤로하고 오른 작은 언덕 위에서 땀을 식힙니다. 텁텁한 바람이 팔을 스치고 지나- 저 아래로 흘러가는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았죠. 언제나와 같이 씁쓸한 고독감이 옆에 있다고 '톡- 톡' 건들입니다. 하지만 애써 무시하고 해가 지고 있는 바다만 바라보겠습니다. 안녕. 해솔2 바닷가 옆을 걷는 기분이 참 좋습니다. 그리고 덥지만... 역시 여름 바다가 정말 느낌이 좋습니다. 덥기 때문에- 눈 앞에 펼쳐진 광활한 바다가 더 시원하게 다가옵니다. 그 바다 옆을 걷다 보면 여러 식물들과 나무들이 보입니다. 그러다 길가에 혼자 나와 있는 소나무 하나를 발견했죠. 그 소나무는 엄청 크거나 솔잎이 많지는 않지만 오롯이 홀로 서서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얼마나 그렇게 서 있었을까?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그리고 벌써 30여년이 지난 저의 모습도 되돌아보게 만들었습니다. 홀로 해솔1 바닷가의 소나무는 특별한 정취가 있습니다. 짠 바닷바람을 머금고 자라난 소나무. 나무 줄기가 더 쫀득하게 짜여져 있을 것만 같습니다. 아무튼 드넓은 바다와 그 수평선, 그리고 작은 섬들을 배경으로 서 있는 소나무 이기 때문에 미묘한 어울림을 자아냅니다. 솔솔 불어오는 바닷바람이 소나무를 스치고 지나갈 때- 무더운 여름의 뜨겁게 달아오른 공기를 밀어내주는 기분은 정말 상쾌하네요. 가만히 소나무 옆에 서 있습니다. 수국의 계절 6월부터 피기 시작한 수국은 8월까지도 피어있는 것 같다. 제주도 길가에서 펼쳐졌던 수국밭도 생각나고, 거제도에서 만났던 보랏빛 수국 한 아름도 생생히 기억난다. 수국의 꽃처럼 보이는- 이 색깔은 사실 잎의 색이라고 하지. 그 중간에 아주 작은 꽃으로 유혹하기 위한 위장술. 그 사실을 알게되고 좀 더 시간을 들여 가만히 관찰하면 섬세한 꽃이 눈에 들어오며 신기한 기분을 자아낸다. 수국은 꽃보다 잎으로 인해 더 아름다운 매력을 뽑내는 구나. 그 여름, 정원 무더웠던 그 해 여름이었다. 여행 간 지역의 보타닉 섬에 방문해 정원을 걸었다. 그 정원은 뜨거운 햇살을 받아 점점 달궈지기 시작했는데- 이 정원의 식물들은 어떻게 타 버리지 않고 이렇게 초록 초록한 에너지를 발산할 수 있을까 궁금했다. 물론 내가 방문했던 그날 그 시간이 매일 반복되진 않았겠지. 추운 겨울도 있을 것이고 비 바람이 몰아치는 날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내가 있는 그 시간은 온전히 내가 감내해야 할 시간이었으니까. 그 시간을 지금도 꺼내본다. 자유롭게 종종 하늘을 올려다 보면- 매 순간마다 다른 모습으로 다가옵니다. 오늘은 새 한마리가 광활한 하늘을 자유롭게 유영하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이른 새벽이라 조용하면서 촉촉한 분위기가 흐르고 있었죠. 새는 금방 저 멀리- 날아가버렸고, 마치 나 혼자만 이 자리에 남아있는 듯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언젠가 나도 저렇게 자유롭게 살아갈 시간을 갖겠다고 다짐합니다. 누군가의 기다림 가로등에 홀로 앉아 있는 갈매기를 보고 있었다. 언제까지 저렇게 가만히 허공을 응시하는지 나 또한 쳐다보기 시작했다. 한참을 기다리다 스켜지나가는 또 다른 갈매기 한마리. 이번에도 가만 앉아있던 갈매기는 시선 한번 흘끗거리고 만다. 그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아니- 아무 생각없이 잠시 지친 날개를 쉬고 있는 것일까. 이런 생각들을 저 위로 올려보내고 다시 걸음을 옮긴다. 이전 1 2 3 4 5 6 7 8 ··· 1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