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분류 전체보기

(140)
흔적 산책하다 보면 간혹 이렇게 물건이 자리에 남아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번에는 '야구공' 하나가 땅에 떨어져 있네요. 흙먼지를 가득 안고 말이죠. 언제, 누가 가지고 있던 공일까요. '어쩌다가 원주인은 가버리고 혼자 남게 된 걸까?' 라고 생각해봅니다. 운동장에는 많은 사람들이 지나가며 활동한 기억이 남아있습니다. 아이들부터 청소년, 성인들까지 축구도 하며 뛰어놀던 장소이기에 많은 흔적들이 뒤로 남겨지는 것 같아요. 지금도 이렇게 산책하며 운동장을 잠시 들러보면 지나간 추억들이 조금씩 떠오르네요.
오후 햇살 날이 좋아서 잠시 걸으러 나갔습니다. 선선한 바람과 적당한 기온이 기분을 참 좋게 해주네요. 조금씩 길을 걷다 보니 드넓게 펼쳐진 잔디가 반겨주었습니다. 잔디 위로 발걸음을 옮기는데- 그 위로 고개를 내민 햇살이 참 포근했습니다. 하늘에는 구름도 두툼하게 깔려서 마치 침대 위에 있는 느낌도 주더라고요. 오후 햇살을 받으며 잔디를 사박- 사박 걸어서 이 순간을 만끽해봅니다. 다른 생각들이 사라지고 발에서 느껴지는 감촉과 피부를 타고 오는 대기가 마음을 기분좋게 풀어주었습니다.
아침 일출 도시에서 바라보는 아침 일출도 여러 모습이 있습니다. 가장 자주 보는 시간은 집에서 일어났을 때인 것 같아요. ​ 조금만 늦어도 해는 이미 하늘에 올라가기 마련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찍 일어나야만 볼 수 있는 찰나의 순간이죠. 하지만 이 순간을 포착하게 되면 그 감동은 그날의 활력소가 되는 것 같습니다. ​ 지평선. 저 멀리- 땅끝에서부터 천천히, 하지만 빠른 속도로 올라오는 태양은 볼때마다 신기하기만 한 것 같습니다. 조금씩 머리를 들어올려서 완전히 동그란 모습이 되기까지는 단 몇 분밖에 걸리지 않습니다. ​ 하지만 그 여명의 시간은 참 따뜻한 감성에 빠지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 오늘도 그 시간을 음미하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창 틈. 아침 바라보기 하루의 모든 시간은 마법과 같지만- 아침 시간은 또 다른 신비를 품고 있습니다. 어두웠던 밤을 밀어내며 찾아오는 아침 햇살은 무척 신기합니다. ​ 저 멀리- 해가 모습을 드러내기도 전에 아스라히 밝아오는 하늘과 빛을 먼저 느낄 수 있습니다. ​ 그러면서 그라데이션처럼 조금씩 짙어지는 아침 농도가 붉게 타오르기 시작합니다. 완연히 모습을 드러내기 직전인 아침 새벽의 하늘은 분홍빛을 띄며 수줍게 인사 건네는 것만 같아요. ​ 여러 프레임으로 아침을 감상할 수 있지만- 비좁은 창 틈으로 보는 아침도 소소한 감동을 줍니다.
항구 여수에 있던 작은 항구에는 낡은 배들이 널려 있었습니다. 한 여름에 방문했던 항구는 무척 더웠습니다. 그리고 날씨도 굉장히 맑은 날이어서 잠깐만 서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더라고요. 따가운 햇볕이 내려앉는 공원을 잠시 둘러봤습니다. 사람들은 거의 없고 적막만 흐르고 있었죠. 그러다가 잠시 후끈한 바람이 느릿하게 지나갈 때면- 그 바람에 저의 숨결도 녹아드는 것 같았습니다. 이렇게 더운 날씨더라도 저 멀리- 빛나는 바다를 보고 있노라면 마음은 편안해 집니다. 바다가 주는 여운을 음미해보세요.
조기 수산시장에서 발견한 조기. 조기는 어렸을 때부터 어머니가 자주 구워주시던 생선이다. 고소하면서도 짭짤한 조기는 갓 지은 따뜻한 쌀밥 위에 올려서 먹으면- 밥 한공기도 금방 비울 수 있는 반찬입니다. 식당에서는 조기구이와 함께 녹차물과 말아먹는 메뉴도 있죠. 그만큼 전통적인 한국 음식 중에서 손꼽히는 식사가 아닌가 합니다. 그런 조기들이 가판대 위에 가지런히 놓여있는 모습을 보니까- 저도 모르게 침이 나오는 것을 느낍니다. 시장에는 조기의 유혹뿐만 아니라 다른 많은 어종들도 우리는 반겨주네요? 조기와 다른 생선들을 조금씩 담아봅니다. 곧 식탁 위에 맛있는 반찬으로 다시 만날 수 있겠죠.
건어물 여수 수산시장에 도착해 실내에서 살아있는 생선들과 하모를 보고 나왔습니다. 바깥에는 바싹 마른 건어물들이 가판대에 누워있더군요. 어떤 생선은 반으로 갈라져- 속을 훤히 내보이고 있고요, 다른 생선은 생전 모습 그대로 건조되어 누워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었습니다. 저마다의 살아온 시간을 뒤로하고 지금은 그 이후- 정지된 시간을 보내고 있네요. 우리가 바라보는 그 시간은 상대방의 이미 지나가버린 모습을 보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다시 시간을 되감아보면 가만히 누워있던 생선들이 다시 숨쉬며 바다 속을 자유로이 헤엄치던 순간도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가만히 바라보며 그런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더운 여름의 여수에서 시장에 들러 여러 사람들과 해산물의 모습을 보고 왔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현재의 시간이 흐르고 있..
바다 위에 해수욕장에서 아침을 맞이하며 바라본 바다에는 배 한척이 떠 있었습니다. 사람이 있는지- 알 수 없지만 그저 조용할 따름이었죠. 그러면서 문득 저 배는 어업을 하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지난 밤새 여기에 떠 있던 것일까하는 궁금증이 생겼어요. 영화를 보다 보면 그런 경우도 있잖아요? 하룻밤 또는 그 이상 바다에 나가 있는 배들이요. 물론 해수욕장에서 보이는 배는 무척 가까워서- 아침부터 있던 이유를 가늠할 수 없었습니다. '지난 밤 오징어를 잡고 잠시 쉬는 것일까?' 이날 따라 더 고요하게만 느껴지는 수평선에서 머릿속의 상상은 그 몸집을 불려 나가기만 하였습니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도 어느- 하나의 대상 물체가 눈에 들어오면 거기에 몰입되는 재미가 있어요. 오늘도 이런 상상을 기대하며 나서 봅니다.
물안개 낀 수평선 가만히 앉아서 바다 멀리 저- 끝을 보았습니다. 아침에 자욱하게 낀 바다 안개가 그 위를 뒤덮고 있었죠. 그런데 흐릿하게 드러난 해가 빛을 바다 위로 쏟아내는 순간. 철썩이던 바다가 잔잔해지고 고요한 침묵이 찾아왔습니다. 이어 불어온 바람에 정신이 들었네요. 그 순간 무슨 생각을 했는지 기억나지 않았지만- 그저 바라만 보는 것으로도 마음이 편안했습니다. 흐린 날씨에 어둑했던 아침이지만 아침 해가 바다 위로 내리던 그 빛은 참 아름다웠습니다. 조용히 일렁이는 물결에 부서지는 빛 가루들이 그 주변으로 퍼져 가는 모습을 다시 떠올려 봅니다. 일견 몽환적인 그 순간이, 큰 바다를 한 폭의 그림으로 남겼습니다. 그리고 그 그림을 담아와 가끔 들여다 보곤 합니다.
바닷가 들꽃 바닷가를 따라서 조용히 걷다보니 어느 이름 모를 언덕까지 올라가게 되었습니다. 언덕에는 들꽃들이 가득했어요. 뜻밖의 환대에 감동의 물결이 밀려오기 시작했습니다. 동시에 이런 생각도 들었어요. '바닷가라 소금기를 머문 바람이 수시로 불텐데... 이 아이들은 어떻게 이렇게 찬란하게 피어 나를 반겨주는 것일까?' 라고요. 분명 땅의 흙에도 소금기가 조금은 녹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도 이렇게 강인한 생명력을 보이는 것을 바라보면 신기하다는 감정이 먼저 들죠. 그러면서- 과연. 우리들도 험난한 이 세상에 내던져 있는데... 힘들다고 투정부리고 있는 건 아닌지.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더라고요. 이 세상이 힘들고 지칠게 할 때면, 여행지에서 만났던 들꽃을 떠올려보려 합니다. 이 아이들처럼 나도 씩씩하게 이겨내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