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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고 가는 길 가운데 다리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 보았습니다. 한쪽으로는 차가 가득했고요. 반대편에는 상대적으로 한산하네요. 다들 저마다의 이유로 길을 오고 가는 중입니다. 그 길 가운데 가만히 서서 이 시간을 지켜봅니다. 마치 여러 상념들이 길에 오가는 차들처럼 지나가더라고요. 하지만 곧 불어오는 바람처럼 여러 생각들도 머릿속에서 흘러가고 다시 텅 빈 느낌이 드네요. 조금씩 저의 발자취를 남기며 다시 걸어봅니다. 이 걸음들도 나중에 다시 꺼내볼 수 있는 기억이 되지 않을까요?
저 끝에는 비록 이길이 길다고 느껴질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그 끝이 있겠죠. 다리는 한쪽 끝과 또 반대쪽이 존재하는 것처럼. ​ 길을 걷다 보면 끝없이 이어져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그 이유는 그 당시 내 목표, 목적이 없기 때문이었을지도 모르고요. 뭔가 풀리지 않는 답답함일수도 있죠. ​ 그래서 정처없이 걸었던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 살아가면서 몇번 길을 헤맬지도 모르죠. 하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제자리를 찾아 돌아올 것이라고 믿습니다.
넝쿨과 빛 넝쿨째- 라는 말을 가끔 쓰곤 합니다. 다른말로는 덩굴 식물에서 기인한 말인데요. 가끔 산책하다 보면 덩굴식물이 벽을 타고 올라가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습니다. 여름에는 초록 초록한 모습을 보여주고요. 겨울에는 약간 진하게 또는 노랗게 색이 바랜 모습을 나타내기도 합니다. 이때는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던 시기였던 것 같아요. 원형 기둥의 벽면을 타고 올라간 넝쿨 사이로 조명 등이 하나 나와 있었습니다. 마침 해가 지는 저녁 시간이라 어두워지고 있던 중에 조명에서 나온 빛이 기둥의 벽면과 넝쿨을 비췄습니다. 뭔가 쓸쓸한 느낌이 담아 잠시 서서 바라보게 되었네요. 곧 밤이 찾아와 주변을 삼키더라도 이곳의 빛은 덩굴 식물을 비추겠죠.
갯벌 저녁 지난번에 강화도에 갔을 때였어요. 이날은 해질녁이 될때까지 강화도에 머물렀죠. 서울에서 가까운 곳이지만... 또 그렇게 자주 오기는 힘든 곳이니까요. 저녁 노을이 지는 시간에 바닷가로 나갔습니다. 이때도 썰물시간이라 바닷물이 다 빠져 나가서 갯벌만 드러나 있었죠. 그리고 그 위로 짙은 구름 과 석양을 볼 수 있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뽀얀 핑크빛으로도 보였고요. 또 잠깐은 진한 주황색의 금빛 노을햇살로도 비쳤습니다. 홀로 바닷가에 서서 일몰을 보고 있노라면 수많은 감상들이 떠올랐다가- 이내 다시 저 바닥 밑으로 침잔해 들어가는 것을 느낄 수 있죠. 여러 상념들, 그리고 시간과 기억들이 흘러갑니다.
강화도 오후 강화도는 서울 근처에 있어 접근하기가 좋은 곳입니다. 하지만 주말에 가면 들어가고 나오는데 상당 시간이 소요되기도 합니다. 언제인지 모르겠지만 강화도에 사진을 찍으러 갔습니다. 여러 명소들을 다니다 보문사에 방문하게 되었죠. 보문사는 상당한 경사를 자랑하지만 오르는 길이 길지 않아서 1시간 정도면 충분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보문사 계단을 하나 하나 오르다 보면 저 멀리- 바다도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오른 시간에는 썰물 때라 그런지 물이 다 빠져서 갯벌만 드러나 있었어요. 그리고 갯벌이 반사하는 구름 속 햇빛은 참 몽환적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전체적으로 우윳빛 섞인 뽀얀 느낌으로 남아있습니다.
저물다 하루가 끝나가는 시간입니다. 해가 저무는 시간이죠. 마법과 같은 이 순간을 누구나 경험해 보셨을 것 같습니다. 길지만 짧았던, 혹은 그 반대였던 하루가 마침내 끝나가고 있습니다. ​ 우리의 삶에서도 이런 순간들이 연속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열심히 노력했던 일들이나 사람들 간의 관계에 있어서도요. ​ 굉장히 즐거워서 순식간에 지나가버려 어느새 하루를 마감해야만 했던 시간. 너무 힘들어서 하루가 끝날 것 같지 않았지만- 마침내 찾아온 시간. ​ 아침 일출은 새로운 시작을 대비하고, 해가 저무는 저녁은 일련의 과정을 잠시 마무리하는 때입니다. ​ 그 모든 시간들은 개인이 쌓아온 소중한 시간들이라 생각합니다. 아무리 힘들다고 할지라도-
고즈넉함 분명히 가을로 접어드는 어느 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한낮의 더위가 가시며 후덥지근했던 대기가 점차 저녁 바람에 쓸려나가는 시간이었죠. 그리고 저녁 햇빛이 건물들 사이로 그림자 지며 길게 그어졌습니다. 노을빛이 한줄 두줄 그려질 때마다 제 마음은 차분히 가라앉았죠. 함께 앉아 있는 커플을 바라보며 도란 도란 대화나누는 모습이 아름다웠습니다. 저들의 하루는 어떠했을지 상상해 보며 지금 이시간을 바라보았습니다. 한낮을 즐기고 이제 조용히 쉼이 있는 시간. 하루가 저무는 시간입니다.
늦은 오후 길을 걷다 잠시 멈춰 섰어요. 햇살이 넘어가며 눈앞에서 부서지는 광경을 바라보며 눈을 감았습니다. ​ 그림자와 함께 햇볕을 받으며 쓸쓸해지는 공기를 느꼈죠. 과연. 옆에는 아무도 없고 앞에는 멀어져 가는 사람들만 보이네요. ​ 같이 가자고 말하고 싶지만 입도 막혀버리고 걸음도 떨어지지 않아 너무 슬픈 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내가 걷는 이 길은 고독과 함께하는 길이니까- 아픈 마음을 참고 천천히 걸음을 하나 옮겨 봅니다. ​ 금방 괜찮아질거라 믿고요.
섬진강 우리나라에는 산도 많고 강도 많습니다. 섬진강은 그중에서 전라남도 광양쪽에 흐르는 강인데요. 몇년 전 동생 일로 광양 매화마을에 다녀오며 찾게 되었습니다. ​ 섬진강가에 주차하고 모래 위를 걸으며 강 가까이 다가가 보았습니다. 한적한 분위기 속에 강물만 고요히 흐르더군요. 당시 계절은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던 시기라 약간은 후덥지근한 공기가 머리를 내리눌렀습니다. ​ 섬진강을 에워싸고 있는 산세가 강의 기운을 더 강하게 북돋아주는 것 같았습니다. 아무도 없는 강가는 조용히 사색하기에 좋더군요.
가을 물결 여름 지나- 가을이 찾아오는 시기에... 어느 산을 찾았던 날이었습니다. 약간의 경사를 오르며 마주한 시냇물 위에 낙옆들이 동동 떠 있었습니다. 잔잔한 물결과 함께 일렁이는 낙옆들은 모였다가- 흩어지며, 마치 춤추는 것과 같았어요. 산을 오르며 후끈하게 달아올랐던 체온도 식히며 멍하니 구경했습니다. 낙옆 옆으로도 햇살이 물결에 부서지며 아름다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그리고 그 위로 나무 가지의 그림자도 내려앉더군요. 살랑이는 숲속 바람을 안고 다시 일어서 발걸음을 옮깁니다. 깨끗했던 그 물과 같이 정화된 마음을 가지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