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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 산 산에서 주변을 둘러보면 문득 '내가 언제 여기까지 왔지?' 라고 생각할 때가 있습니다. 그 이유는 평소와 다른 환경에서 주는 감상이 아닐까 싶어요. ​ 특히나 둘레길 등 산길을 가다가 탁 트인 곳을 가면 잠시 멈춰 서서- 주변을 찬찬히 살펴봅니다. ​ 시야 아래 펼쳐진 도시도 보이고요. 그 위로 맞닿아 있는 하늘도 웅장하게 다가옵니다. ​ 그 사이에 걷고 있는 '나'는 다시 길을 떠나죠. 계속 앞으로 나아갑니다. 새로운 시간들과 공간들 속을 거닐면서요.
겨울나무 추운 계절인 겨울에는 앙상하게 말라버린 나무들이 가득 서 있다. 분명 봄과 여름에는 진한 녹색 공간을 물들였던 곳인데- ​ 지금은 이렇게 가시만 바짝 세우고 맞이한다. 나뭇가지 사이로 드러난 하늘은 우울한 분위기만 흘리고 답답한 마음을 들게 한다. 흑백으로 반전된 이 순간이 길게 이어지고- ​ 조금씩 내 마음도 세상을 닮아간다.
흐린 여명 아침 일출을 어디서 보느냐에 따라 느낌이 다르기 마련이죠. 그리고 언제 맞이하는지에 따라서도 조금씩 다릅니다. ​ 지금 생각해보면 산에 올라 일출을 기다린 날도 참 흥미로운 일출을 맞이한 것 같습니다. 그날은 얇은 구름이 하늘을 가리고 있었어요. ​ 그래서 해가 올라오는 것을 알 수 있었는데- 동그란 모양은 확인할 수 없었죠. ​ 대신 안개에 비친것과 같이 아침 햇빛이 산란되며 하늘로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뽀얀 느낌의 포근한 아침 일출이 시간을 잊게 만들더군요.
평범한 하루 항상 생각한다. 내가 지금 있는 곳이 어디인지- 그리고 무엇을 하고 있는지. ​ 하루 하루 살다보면 시간이 정말 빠르게 지나가는 것만 같아서 금방 한달 두달 흘러가 있다. 그럴 때는 마음을 다스리며 생각 정리가 필요하다. 걷고 또 걷다 보면 결국은 한강변 산책로에 나와서 멍- 하니 강을 바라보고 있는 '나'를 발견하곤 한다. ​ 흘러가는 물결에 생각을 덜어내고 마음을 비워본다. 그러면 또 그만큼 비어버린 것 때문인지 허전한 마음이 드는데- ​ 다시 정신을 차려보고자 스스로에게 되내인다. '일어나, 일어나, 일어나'
겨울 밤 거리 하얀 눈이 내렸던 지난 겨울 밤- 차들이 지나다니며 눈 위에 길을 그렸다. 길거리 가로등이 도로를 밝히며 겨울밤의 정취를 자아내고 있었다. ​ 갈수록 밤은 깊어져 가고 돌아다니는 사람들과 차들도 점점 줄어들어 갔다. 인기척이 줄어들며 고요해진 이 시간이 마음을 포근하게 감싸안습니다. ​ 조용한 밤에 고요한 거리는 무척 잘 어울리거든요. ​ 차가운 바닥이 맨발을 타고 올라오는 느낌도 참 좋았습니다.
그날 밤 밤으로 물드는 그 시간에 창 밖을 내다보았다. 한겨울에 접어들어서 그런지 하얗게 내린 눈이 온세상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 길가를 따라 조명이 빛을 비추며 도로를 밝히고 있었고, 조금 안쪽으로 들어가면 깜깜한 골목과 주택들이 줄지어 서 있다. ​ 희미한 불빛이 골목 사이 사이로 비집고 들어와 조용히 머무르는 것만 같다. 잠깐의 밤이 길게 늘어져 겨울 밤이 되었다. 아침이 오기 전까지는 이 밤을 좀 더 음미해본다.
겨울 밤 유난히도 길게만 느껴진 겨울 밤이었습니다. 왠지 적막만이 내려앉아 깊어가는 밤을 더욱 가라앉히는 시간에- 다른 이들은 무엇을 하는지 궁금해졌습니다. ​ 그런데 창밖을 내다봐도 거리에는 사람이 없고 편의점의 불빛만이 눈내린 거리를 밝히더군요. 흩날리는 눈들에 온세상이 하얗게 변해버렸습니다. ​ 뿌옇게 가려진 하늘은 시야가 닿을 수 없도록 장막을 칩니다. 저 뒤에도 저마다의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포근한 겨울밤을 보내고 있을 것 같습니다. ​ 한여름에는 겨울 생각이 나고 한겨울에는 또 여름과 다른 계절들이 떠오르는 모순된 시간들입니다.
맑은 날 서울 한강 맑게 갠 어느날 얕은 산을 올랐던 것 같아요. 서울에 안에 있는 아주 작은 산이었죠. 팔각정까지 가는 길에 소소한 즐거움들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 하지만 조금씩 조금씩 발걸음을 옮기다보니 은근히 시간이 걸리더라고요. 목적지에 도착해 앞을 바라보니 한강과 함께 그 주변으로 아파트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었습니다. ​ 그 모습에 약간 압도되는 듯한 느낌을 받았지만... 이게 서울이구나 싶었습니다. ​ 우리나라 많은 사람들이 밀집되어 하루 하루를 살아가는 이곳을 굽어봅니다.
겨울 길 '사박, 사박...' 길을 걷는 저들을 가만히 바라봅니다. 이들은 저의 가족입니다.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동생이 앞서 길을 걷고 있습니다. ​ 가족이란 언제든 마음 편히 기댈 수 있는 곳이죠. 함께하며 즐거운 일들을 서로 축하하고, 슬픈 일들은 함께 나눠서 위로해주는 소중한 존재입니다. ​ 그리고 가끔은 이렇게 몇 걸음 뒤에서 바라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따뜻해지고 안심하게 됩니다. ​ 다시 이들에게 다가가는 발걸음이 참 가볍군요.
겨울 하늘 가시나무 겨울에는 나뭇잎들이 낙옆으로 떨어져 내려 앙상한 나뭇가지만 남아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런 나무들을 볼 때면 '가시나무'라고 표현하곤 하죠. ​ "가시"라는 단어에서 느껴지는 뾰족함과 쓸쓸함이 겨울의 건조함을 더합니다. 지난 여름동안 무성했던 나뭇잎들의 초록빛 기억을 잠시 회상했습니다. 언제 그렇게 무더웠던 계절이 지나가고- ​ 또 이렇게 추운 겨울이 찾아왔던지... ​ 빠르게 지나갔던 시간들 사이 사이에 나의 흔적들을 되짚어보는 시간을 가져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