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분류 전체보기

(140)
아침에 창틈으로 창틈으로 보이는 일출은 어떨까요. 창틈으로 보는 세상은 조금은 동화같다고 생각합니다. ​ 어떤 곳에서 보던 작은 틈 사이로 들어오는 모습은 마치 내가 정말 작아져서- 엄청 큰 세상에 떨어진 느낌이랄까요? ​ 그때도 그랬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조금씩 밝아오는 하늘을 기다리다가 창문을 열었죠. 창문이 살짝 열리고 그 사이로 아침 공기가 살랑 살랑 들어왔습니다. ​ 작은 틈 사이로 들어온 아침은 금방 거실로 퍼져나가더라고요.
늦여름 새벽 정말 더웠던 여름도 어느새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작별을 고합니다. 아침 해가 뜨는 시간은 조금씩 조금씩 늦어지고 있었습니다. ​ 그래서 평소에 일어나는 시간임에도 거실은 아직 어둡더라고요. 그리고 잠시 후 해가 뜨려는 분위기가 찾아왔습니다. 살짝 밝아진 전경에 밖을 내다봤습니다. ​ 까맣게 내려앉은 땅위로 붉게 올라오는 햇빛이 감미로웠습니다. 이젠 덥지 않은 아침에 계절이 바뀌고 있다는 것을 실감합니다. ​ 다시 안녕. 지나가는 여름아- 그리고 다가오는 가을아.
거제도 흐린 아침 거제도에서의 마지막 날 아침이 찾아왔습니다. 그런데 매우 습한 날씨가 기다리고 있었죠. 하늘 가득히 두터운 구름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 온통 하얗게 내려앉은 수분 사이로- 저 멀리 거가대교가 흐릿하게 보였습니다. '여름 이라 그런가-' ​ 왜 그렇게 이날은 제 마음 속을 흐트러 놓았는지- 아니면 내 마음이 밖으로 표출되어 나와 형상화되었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 벌써 지금은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지금도 이날을 생각하면 마음 한 구석이 꿈틀대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잔잔한 마음을 가지고 싶으나 그럴 수 없는 현실입니다.
대나무 길 한여름에 대나무 사이를 걸었어요. 너무도 촘촘히 자란 대나무들로 어둡기까지한 작은 길(소로)은 약간 서늘한 느낌까지 주었습니다. 저 멀리 지나간 가족들을 뒤따라 가다가 혼자 남게 되었을 때. 조용한 가라앉은 침묵이 제 주변을 침습해 왔습니다. 정말 부스럭- 거리는 소리 하나 없는 이 곳에 나 혼자 남는다면- 그리고 밤 중에 혼자 남게 된다면 무척 외로울 것 같더군요. 햇볕이 조금 드는 곳으로 나왔을 때는 저도 모르게 식은땀이 등을 타고 내려와 있었습니다. 다시 떠올려도 섬뜩한 곳.
해질녁 바다 한여름에는 해가 늦게 집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후 5시가 넘어갈 때 이곳은 저녁에 접어들며 노을이 시작될 것이라는 걸 예고합니다. ​ 거제도 인근에 찾은 고요한 마을을 뒤로하고 오른 작은 언덕 위에서 땀을 식힙니다. 텁텁한 바람이 팔을 스치고 지나- 저 아래로 흘러가는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았죠. ​ 언제나와 같이 씁쓸한 고독감이 옆에 있다고 '톡- 톡' 건들입니다. 하지만 애써 무시하고 해가 지고 있는 바다만 바라보겠습니다. ​ 안녕.
돌담 낯선 여행지에서 새로운 곳을 찾아나선다는 것은 참 신비로운 것 같습니다. 마치 어렸을 때의 감정이 다시 살아나는 것 같아서요. ​ 미지의 장소를 탐험하는 기분이 들죠. 그것도 완만한 언덕 위로 올라가는 작은 샛길과 같은 곳을 통해서 간다면 말이죠. 그렇게 작은 길을 걸으며 올라간 곳에는 기다란 돌담이 세워져 있었습니다. ​ 그 위로 올라가서 내려다 본 광경과 올려다 본 시야는 재밌었어요. 정말로 동화 속에 나오는 이야기의 주인공 처럼 그렇게 두근 거리는 마음이 참 좋았습니다. ​ 다시 떠나는 모험이 기대되네요.
해솔2 바닷가 옆을 걷는 기분이 참 좋습니다. 그리고 덥지만... 역시 여름 바다가 정말 느낌이 좋습니다. 덥기 때문에- 눈 앞에 펼쳐진 광활한 바다가 더 시원하게 다가옵니다. ​ 그 바다 옆을 걷다 보면 여러 식물들과 나무들이 보입니다. 그러다 길가에 혼자 나와 있는 소나무 하나를 발견했죠. 그 소나무는 엄청 크거나 솔잎이 많지는 않지만 오롯이 홀로 서서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 얼마나 그렇게 서 있었을까?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그리고 벌써 30여년이 지난 저의 모습도 되돌아보게 만들었습니다. ​ 홀로
해솔1 바닷가의 소나무는 특별한 정취가 있습니다. 짠 바닷바람을 머금고 자라난 소나무. ​ 나무 줄기가 더 쫀득하게 짜여져 있을 것만 같습니다. ​ 아무튼 드넓은 바다와 그 수평선, 그리고 작은 섬들을 배경으로 서 있는 소나무 이기 때문에 미묘한 어울림을 자아냅니다. 솔솔 불어오는 바닷바람이 소나무를 스치고 지나갈 때- ​ 무더운 여름의 뜨겁게 달아오른 공기를 밀어내주는 기분은 정말 상쾌하네요. 가만히 소나무 옆에 서 있습니다.
수국의 계절 6월부터 피기 시작한 수국은 8월까지도 피어있는 것 같다. 제주도 길가에서 펼쳐졌던 수국밭도 생각나고, 거제도에서 만났던 보랏빛 수국 한 아름도 생생히 기억난다. ​ 수국의 꽃처럼 보이는- 이 색깔은 사실 잎의 색이라고 하지. 그 중간에 아주 작은 꽃으로 유혹하기 위한 위장술. ​ 그 사실을 알게되고 좀 더 시간을 들여 가만히 관찰하면 섬세한 꽃이 눈에 들어오며 신기한 기분을 자아낸다. ​ 수국은 꽃보다 잎으로 인해 더 아름다운 매력을 뽑내는 구나.
그 여름, 정원 무더웠던 그 해 여름이었다. 여행 간 지역의 보타닉 섬에 방문해 정원을 걸었다. 그 정원은 뜨거운 햇살을 받아 점점 달궈지기 시작했는데- 이 정원의 식물들은 어떻게 타 버리지 않고 이렇게 초록 초록한 에너지를 발산할 수 있을까 궁금했다. ​ 물론 내가 방문했던 그날 그 시간이 매일 반복되진 않았겠지. ​ 추운 겨울도 있을 것이고 비 바람이 몰아치는 날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내가 있는 그 시간은 온전히 내가 감내해야 할 시간이었으니까. ​ 그 시간을 지금도 꺼내본다.